목차
1. 게임을 해보죠
2. 난 거의 항상 이기는데
3. G라는 남자
1. 게임을 해보죠
게임을 하나 상상해보죠.
건 돈을 잃을 확률이 0.5퍼센트이고 건 돈의 두 배를 딸 수 있는 확률도 0.5퍼센트인 게임입니다. (‘그림'이 나오면 돈을 잃고, '숫자'가 나오면 돈을 따는 방식의 동전 던지기 게임을 생각하면 됩니다) 꽤 공정한 게임이죠. 하지만 우연을 통제해서 이 게임으로 대박이 나는 방법은 없을까요? 원칙적으로는 가능하고,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으로 동전 던지기의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길 판만 골라서 돈을 걸어 하룻밤 사이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능성은 50퍼센트입니다. 가능한 50퍼센트에 드는 경우, 대박 나는 것은 시간문제이지만, 인간이라면 첫 번째 가능성에서는 일단 탈락입니다. 왜냐하면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미래를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죠.
두 번째 가능성은 힘은 힘대로 더 들고 돈은 돈대로 더 적게 들어오는 조건부 게임으로 원리는 간단합니다.
1만원을 걸어서 이기면 1만원을 따고 잃을 경우 판돈을 2만원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이 판에서 운이 좋으면 전부 합해서 1만원을 버는 셈이죠. (두 번째 판에서 얻은 4만원에서 판돈 3만원을 빼면 1만원이다).
두 번째 판에서도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판돈을 4만원으로 올리면 됩니다. 여기서 이겼을 경우 총 이득은 역시 1만원이 됩니다. 눈치 챘겠지만, 이 전략은 판돈을 두 배씩 올리는 데 있습니다. 판돈을 두 배씩 올리다 보면 언젠가 한번은 이길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판돈을 많이 걸어도 총 이득은 1만원에 그칩니다. 게다가 이 방법에는 두 가지 흠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게임자가 엄청난 부자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고요? 이길 때까지 돈을 걸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카지노 측에서 판돈의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합니다.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전제와 게임의 공정한 조건이 무엇인지는 수학적 방법으로 정확한 파악이 가능합니다. 게임시간이나 판돈의 제한이 있는 경우 어떤 게임 전략도 소용없다는 것 또한 수학적으로 증명됩니다.
요약하자면 여기서 제안한 게임 시스템은 모두 소용없습니다. 엄청난 행운아가 아니라면 도박으로 부자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기 때문입니다.
2. 난 항상 거의 이기는데
이제 앞 문단에서 다른 '정지시간 정리'를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해주는 개념 몇 개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정리의 간단한 변형은 '페어 게임'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페어 게임'이란 이기고 질 확률이 엇비슷한 게임을 말합니다. 공정한 동전 던지기를 상상해 보죠.
이 개임에서는 그림이 나오면 1만원을 받고, 숫자가 나오면 1만원을 내놓아야 합니다.
언제 게임을 그만두어야 할지 알려주는 원칙도 필요합니다. 이런 규칙의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열 번째 판까지만 걸어라!
• 판돈의 총 합계가 100만원이 되자마자 그만둬라!
• 계속 지기만 하는 손실 구간에 세 번째로 들어섰다면 그만 집에 갈 시간이다!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은 이런 '손절 원칙'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수학자들이 사용하는 '정지시간'이라는 용어가 있으며, 이것은 현대 확률이론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입니다).
이 손절 원칙들 중 하나를 충실히 따른다면 중간 정도의 이득은 보장됩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자주 게임을 하는 경우, 평균적으로 볼 때 어느 정도 돈도 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지시간 정리에 따르면 이 중간 정도의 이득이라는 것은 게임자가 어떤 손절 원칙을 얼마나 철저하게 따르든 간에 언제나 0입니다. 특히 제한 없이 높은 판돈을 걸 수 없는 카지노의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비록 실제로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의 액수가 많지는 않지만, 진 판보다 이긴 판이 많은 승자로서 카지노 문을 나서게 해주는 '체감 행복'은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게임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1만원을 따거나 카지노가 정한 판돈 제한에 걸릴 때가지 '판돈 두 배' 전략'을 써라. 그리고 오늘 게임은 그만하고 집에 가라.”
이 전략을 분석하기 위해서 판돈의 한계가 1,000만원인 게임을 상상해보죠.
진짜 운이 없고 재수 옴 붙었을 경우 게임자는 1, 2, 4, 8, 16, 32, 64, 128, 256, 512만원을 - 계속 잃으면서 - 계속 걸게 될 것입니다.
이 10번의 기회에서 돈을 딸 확률은 각각 50퍼센트 입니다. 그러나 10번을 연달아 재수 옴 붙을 확률은 1/210 이고, 이것은 약 천분의 일에 해당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거의 모든 경우(평균 1,000 게임 중 999번), 10번 중 한 번은 딴다는 뜻이죠. (물론 따봤자 1만원이기 때문에 별 볼 일은 없겠지만요). 그런데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이기 때문에 10번 다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게임자는 쪽박 차기 알맞은 상태가 되지만 이득과 손실이 평균적으로 엇비슷하다는 명제는 이 전략에서도 유효한 셈입니다.
3. G라는 남자
2006년 봄, 독일에서 꽤 알려진 텔레비전 방송에서 정지시간 정리를 둘러싼 수학적 사실들을 소개한 일이 있었습니다.
귄터 야우호(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독일의 유명한 방송사회자. 큰 액수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를 맡고 있어 일명 '독일에서 가장 똑똑한 남자'로 통한다)가 진행하는 '슈테른-TV'에 G라는 남자가 나왔는데, 자기는 절대 지지 않는 게임 시스템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G는 카지노에 10번 가서 10번 다 돈을 딴 경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능란한 게임전략으로 백 퍼센트에 가까운 이득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그는 그의 전략이 정말 백발백중인지 시험해보자는 내기에는 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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